커뮤/나라드빌
노예 라드 (2009.12.19 AM 06:23)
이기님
2009. 12. 19. 06:23
나빌의 머리카락에 샴푸를 덜어낸 라드는 곧 거품을내며 마사지 해주었다. 두피를 꼼꼼히 어루만져주는 감각에 나빌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른하게 욕조에 몸을 기댔다.
"기분 좋아..."
꽃의 농축액이 섞인 샴푸는 향긋하고, 라드의 손 끝은 조심스러우면서도 꼼꼼하다. 시중을 드는 해가 지날수록 나빌이 좋아하는 곳을 속속 알아채선 그 놀림이 점점 노련해지는 것 같다. 고집센 주인이 눈을 감고 라드의 손길에 순하게 구는것이 마음에 드는지 라드가 소리없이 작게 웃었다. 그러나 지내온 시간만큼, 라드가 웃는 것 만큼은 나빌은 금새 알아챘다. 주인을 보며 어린동생을 보는 듯 웃는건 괘씸하지만 다른이가 아니라 라드니까 나빌은 관대하게 넘어가게 된다.
"머리를..."
나빌은 라드가 이끄는대로 순순히 머리를 뒤로 젖히는 척 하다가 멈추지 않고 더 고개를 젖히며 눈을 뜨고 라드의 모습을 찾았다. 뒤에서 머리를 씻겨주고 있는 라드를 보기 위해선 고개를 한참이나 더 젖혀야 했다.
"조금만 더 해주면 안돼?"
"...곧 취침하실 시간이라..."
나빌은 말 수 적은 그의 노예가 지긋이 바라보며 표정으로 조용히 달래려는 것을 껌벅이며 바라보았다. 검은 빛에 가까운 남색 머리카락이 습기에 젖어 축 늘어져있다. 그러고 보니 전보다 머리가 제법 자란것 도 같다. 다른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는게 싫어서, 자신의 소유라는 표시로 고급천을 엮어 이마에 두둘러준 매듭 장식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양 미간 부근에서 끈과 매듭지어져 길게 내려오게 해 놓은 수술 장식이 라드의 몸을 타고 흘러내려 가슴부근에서 흔들린다. 장식을 따라 같이 내려온 나빌의 시선이 보기 좋게 살짝 그을린 라드의 가슴부근을 탐욕스래 바라봤다. 나빌을 씻기느라 상의를 벗고 드러난 맨 가슴에 붉은색 수술은 왠지 농염한 느낌이다. 흔들리는 수술 너머로 보일 듯 말 듯한 검붉은 돌기를 노려본다.
"착한 아이가 아니니까 조금 늦게 자도 괜찮아."
그런 자신의 기색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모른 척 토라진 말투로 더 만져달라고 조르자 라드가 웃었다. 고개를 조금 들어 다시 라드의 얼굴을 울려다보자 라드의 붉은 눈이 부드럽게 넘실댄다. 단 둘이 있을 때면, 라드는 곧 잘 웃곤 했다. 크게 웃는 것이 아니라 작게, 눈매만 살짝, 목울대를 울리며, 그렇게 웃는듯 마는듯 작게 웃었다. 웃음의 떨림에 라드의 가슴에서 붉은 수술이 흔들리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보는 나빌의 마음도 요동쳤다.
"착한 아이가 되도록 노력이라도 해야..."
옅은 호선만 겨우 그리고 있던 입술을 움직이자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나빌은 잠시 목을 움츠렸다. 달래려는 의도와 달리 라드의 목소리는 웃음기가 배여있고, 간질간질하도록 다정하다. 의도하지 않게 습기를 머금은 피부를 타고 물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리는 것 까지 보이자 나빌은 욕조에서 몸을 일으켜 몸을 틀었다. 촤르륵- 욕조 안의 거품을 띄운 물이 요동친다.
"-주인님?"
의아함을 품은 라드의 목소리가 청소골을 울린다. 자신의 것임을 이렇게 드러내고, 표시하고 있건만, 이 남자는 자꾸만 탐이 난다. 탐내게 된다. 붉은 수술에 보여질듯 가려지는 돌기도 탐났지만, 그보다 더 탐나는 것은 한없이 따스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그보다 더 뜨거움을 품은- 모양 좋은 그 입술-. 나빌은 천천히 라드의 입술을 삼켰다. 주인의 의도에 거부하지 않고 순종하여 입술을 겹치는 이 남자가 지금, 못견디게, 가지고 싶다.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맞대어 부비고, 그 사이를 가르고 호흡을 나누는 입맞춤은, 한없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