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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는거지 공기님은 당장 글쓰는 연습을 다시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알렌따응은 귀엽다.

이기님 2013. 12. 16. 13:07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 관심없는 남자가 어디있을까. 남자는 공작새다. 꼬리깃을 아름답게 치 장하고 그 치장한 꼬리깃을 암컷에게 과시하여 자신을 선택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꼬리깃의  수컷이야말로 암컷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것이다. 적어도 크리스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 에 스스로를 꾸미고 관리하는것 역시 개인의 능력의 일부이고 품위라 여겼다. 비록 자신이 꼬 리깃을 과시해야 하는 대상이 자신못지 않은 아름다운 꼬리깃을 가진 연하의 동성일지라도.



크리스피는 알렌에게 이것저것 떠안기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연인이 제 몸에 꼭 맞는 예복을  입고, 머리카락색과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눈동자를 연상시키는 자수가 들어간 커프스를 하 면 제 늠름한 연인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빛을 발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때론 타인의 시선을  사로 잡는 연인의 매력이 얄궂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크리스피는 타인에게 매력적인 사 람으로 비치는 제 연인의 모습을 퍽 만족스레 여겼다. 목덜미에 커다랗게 나있는 흉터마저도  어린 연인을 훌륭한 수컷으로 돋보이게한다는건 참으로 유쾌한일이다. 물론 그 매력적인 모습 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을 눈동자에 담을 경우엔 특히 그러했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히죽히죽 웃어, 크리스?"



크리스피가 알렌의 뾰로통한 말에 머슥하게 수염없는 자신의 턱을 문질렀다. 아침에 깔끔하게  면도를 해 맨들한 턱을 만지는 척 입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오늘도 역시나 청년다운 생기를  드러내는 연인이 귀여워 그만 표정 관리가 안되었나보다. 크리스피는 굳이 변명할 것도 없이  솔직하게 알렌의 손을 잡아 입가로 이끌었다.



"알렌이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손등에 입술을 쪽, 하고 맞췄다 떼자 알렌이 질겁하여 손을 빼냈다. 귀가 빨갛다. 목덜미 뒤 의 하얀 머리카락은 발갛게 달아오른 피부를 감추지 못한다. 크리스피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제 연인보다 더 오랜시간 가다듬어온 꼬리깃을 활짝 펴보인다. 크리스피는 자신이 어떻게 웃 을 때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알렌이 어떤 웃음을 좋아하는지 도 알고 있었다. 



"그런 말은 대체 어떤 정신머리로 하는거야? 부끄러움을 몰라!"

"연인 앞에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무어 있단말이지?"



돌아온 시간이 긴 만큼 좀 더 솔직해진 탓도 있으리라. 크리스피는 알렌이 비죽 내미는 입술 이 귀여웠다. 자신과 눈높이가 비슷한 사내가 귀여워 죽을것 같은 이 참으로 가혹한 마음은  참을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어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조금 숙여 콧등에 입술을 부비게 만들어  버린다.



"크리스-으"



이름을 늘려부르는 것을 모르는 척 손을 잡아 이끌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알렌. 용건이 있다고 부른건 알지만 그래도 식사는 해야지."



입으로는 가고 싶은 곳을 묻고 있지만 크리스피는 이미 머릿속에서 적당한 식당을 물색하고  있었다. 직장이 달라지니 생각보다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크리스피는 그래서 이왕이면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둘 다 즐겁기를 바랐다. 이와이면 알렌이 더 즐거운쪽이면 좋겠다. 그 래야 좀 더 연애가 즐겁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나이란 놈은 피하려 애써도 기어코 그림자로  따라붙어 사람을 구식으로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말인 즉 쉽게말하면 젊은이들의 유행을 그 때 그때 따라가기는 어려우니 꼼수를 부리겠다는 거다. 알렌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크리 스피는 맛있는 음식을 행복하게 먹는 알렌을 보는게 즐거우니 서로에게 좋다. 아, 그치만 최 근에는 계속 식당탐방에만 열을 올렸으니 다음 데이트에는 괜찮은 오페라를 보러가는것도 괜 찮을것 같다.



"아냐, 크리스. 나 곧 들어가봐야해."



크리스피는 알렌의 손을 잡아 끌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알렌은 진짜 곧 돌아가야하 는지 눈동자를 한번 데굴 굴리더니 발끝으로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찬다. 그래서 아까부터 저 렇게 뾰로통하게 있었나보다. 크리스피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하지 않는 다 큰 청년을 내려 다보았다. 예전엔 조금 더 작았던것 같기도하다. 기억속, 맨 처음 만났던 알렌은 좀 더 볼살 이 말랑하고 어린태가 남아있던 소년이었다. 지금은 손도, 키도 자신만해져서 소년이라 말하 기엔 어폐가 있는 어엿한 청년이지만..



크리스피는 몸을 마저 돌려 알렌과 마주섰다. 알렌은 아직도 입술을 비죽인다. 소년일때도 불 만이 있을때면 저렇게 입술먼저 댓발 나오곤했다. 크리스피가 알렌을 자꾸 알렌을 자신의 어 린연인이라 칭하게 되는것은 어쩌면 알렌의 저 버릇때문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사내의 모습을  하게 된 알렌에게서 어린 소년때의 모습을 발견해내는 것은 크리스피의 작고 소소한 즐거움이 었다. 크리스피는 잠시의 시간이라도 쪼개서 자신을 만나러 온 알렌이 기특하면서도 내심 마 음을 숨긴다. 



"오늘 당번?"

"응."

"그럼 방에서 좀 쉬지 그랬나."



여기까지 오면 돌아가자마자 바로 당번 돌아야 하잖은가. 라고 덧붙이자 알렌은 콧방귀를 끼 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웃는다.



"누구랑은 달라서 아직 체력이 팔팔하거든."

"내가 보고싶었군, 알렌."

"아니거든?"



연애를 할 때에는 적당한 밀당이 긴장감을 줘서 좋은 법인데. 크리스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알렌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알렌의 입술이 부루퉁하게 삐져나왔다. 크리스피는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지금 소리내서 웃 으면 자신이 기쁘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낼 것 같은데 그렇다고 웃음을 참자니 그럴 필요를 느 끼지 못한다. 그래서 대신 조용히 알렌의 손을 잡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내심 숨 기려했던 말을 참지 못하고 꺼낸다.



"나는 보고싶었네, 알렌."



크리스피가 진심을 담아 낮게 속삭인 목소리에 알렌이 눈을 흘긴다. 눈가가 발갛다. 귀가 발 갛고 목덜미다 발간것도 눈에 보인다. 알렌은 크리스피가 잡아온 손에 힘을 줘 같이 맞잡아주 었다. 그리고 뾰로통했던 입술이 언제 삐져나왔었냐는듯 쏙 들어가 이상한 곡선을 그리고 입 모양이 흔들린다.



"..오, 늘은 전해줄게 있어서 온거니까.. 이거만 주고 갈거야."

"줄 것?"



크리스피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얌전히 알렌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알렌은 맞잡은 크리스피 의 손을 끌어 손바닥을 하늘을 보고 펼치게하곤 다른 손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올려 놓는 다. 백은에 에메랄드와 흑요석이 장식된 악세사리였다. 넓적하게 끈이 통과할 수 있는 고리가  걸려있고 백은은 마치 새의 날개같은 모양새로 날개의 끝 부분에 도톰한 고정대가 달려있었다 . 크리스피는 한 눈에 그것이 어떤 용도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망토..고정용인가?"

"응 고정핀."



크리스피는 잠시 손바닥 위에 올려진 그것을 바라보며 눈만 끔벅였다. 그러고보니 크리스피가  마음대로 알렌에게 이것저것 사서 떠안기는경우는 많았지만 알렌이 무언가 쥐어주는 건 오랜 만인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악세사리류를 선물하는건.. 크리스피가 기억하건데 처음이다. 알 렌은 커다란 리액션 없이 멀뚱히 악세사리를 내려다보는 크리스피가 답답한지 눈동자를 굴렸 다. 입이 몇 번 달싹 거리는 가 싶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이 크리스피의 손바닥 위에 올 려 놓았던 망토 고정핀을 빼앗아 직접 크리스피의 가슴께, 망토에 직접 핀을 찔러 넣었다. 초 록색 망토에 선명한 은색 날개가 달리고나서야 크리스피는 천천히 손을 올려 망토고정핀을 더 듬었다.



"마음에 안들어?"

"아...아아."


크리스피는 몇 번 더 알렌이 직접 달아준 날개모양 망토 고정핀을 내려다보며 쓰다듬었다.그 리고 손을 멈추고 알렌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피는 남자는 전부 수컷 공작이라고 생각했다. 꼬 리깃을 다듬고 다듬어서 제가 원하는 상대 앞에서 꼬리깃을 펼쳐 유혹한다. 아름다움을 과시 하며 자신을 선택하기를 종용한다. 



"이런걸 언제.."

"..크리스가 외박하지 말라고 커다란 솜뭉치를 떠안기고 간 전 날."

"......."

"나라고 항상 놀기 바쁜건 아니라고. 뭐야, 진짜 마음에 안들어? 아..안들어도 어쩔 수 없어. 좋아할거라고 생각해서 골랐단말이야."


알렌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왔다. 알렌이 생각하는 만큼의 리엑션이 나오지 않아서 일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알렌과 알고지내고, 또 사귀면서 익숙해진 머리가 자연스럽게 그런 것이라고 속삭였다. 크리스피는 알렌이 조금 비뚤게 달아준 망토핀을 굳이 고치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그것은 햇빛을 반사해 반짝였다.


크리스피는 노련한 수컷공작이었으며 제 꼬리깃이 어떻게  해야 더 아름다워보이는지,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알고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 크리스피는 자신의 그 꼬리깃에 선명 한 색의 새로운 깃이 돋았음을 느꼈다. 저 보다 어린 연인이 저를 꾸며준다. 그것은 새로운  기분이었다. 그리고 생경했으며, 한 편으론 설레는 기분이었다. 가슴께가 간질간질해졌다. 



"마음에 들어 알렌. 소중하게 잘쓰겠네."



그래서 제 꼬리깃을 활짝 펴고 웃었다.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