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

2014/08/28~29

이기님 2014. 8. 29. 05:06

잠결

목덜미

너는 내게 덧난 상처였어.


  코테츠는 잠결에도 함께 누운 바나비가 목덜미를 자근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나비는 이따끔 잠꼬대로 아이가 어미의 젖을 빨듯 코테츠의 목덜미를 우물우물 씹곤했다. 처음 알았을 때엔 연인의 밤을 보내고 난 뒤였어서 부끄럽고 남새시러웠는데 후엔 이게 바나비의 잠투정과 비슷한 것이란걸 알게되어 그냥 내버려두었다.

입맛다시는 바나비가 은근히 귀여워보여 마음에 들었다는건 바나비에겐 비밀이었다. 대신 내일 목덜미에 다시 이자국이 선명한 울혈이 만들어져 있겠지. 그래도 옷 밖으로 보이는 부분은 아니라 다행이다. 라고생각하며 코테츠는 점점 잠요정이 자신에게서 떠나고 있음을 느낀다.

아직 조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동그란 모양이 예쁜 머리통이 보였다. 가느다란편인 바나비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있었다. 바니..하고 잠에 취한 목소리로 부르자 바나비가 익숙하게 코테츠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안겼다. 

토모에를 잃은 뒤로 연인으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미 잃어버린 사랑으로 남겨진 상처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그보다 더 한 상처를 새길 자신이 없었다. 새로운 사랑이 생긴다면 그것은 분명히 상처일 뿐일터였다. 바니, 너는 내게 덧난 상처였다. 그런데...

바나비가 다시 옹알이를 하듯 입을 오물거리는 시늉을 했다. 입맛을 다신다. 코테츠는 품안에 있는 머리통의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자신보다 이 어린 녀석이, 연인이라니. 그리고 더 놀라운것은 그것이 딱히 싫지 않다는 것이었다. 

토모에. 사람은 상처를 입어도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맞닿은 살갗의 따뜻함을 느끼며 코테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직 새벽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