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1
증기우유님 리퀘 SS 'ㅅ')/
맨살에 감기는 시트와 이불의 감촉이 기분좋았다. 요즘처럼 공기가 차가운 계절엔 이불이 주는 온도가 아쉬워 이불 속에서 나가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버나비는 이불속에 잠긴 손을 휘저어 이불속을 더듬었다. 이불에 파묻힌 몸뚱아리가 같은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몸뚱아리를 찾아 옭아매 달라붙었다. 이불에만 닿아있는 것 보다 훨씬 따뜻하고 탄력있는 그 감각이 버나비의 기분을 고양시켰다. 익숙하게 팔을 감아 허리를 끌어안고 뒷덜미에 얼굴을 박아 코를 부비자 익숙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 곧 조금 눅눅하고 짭쪼롬한 땀 냄새와 자주 뿌리는 쿨워터 계열의 향수 냄새가 맡아진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평소에 사용하는 스킨 냄새, 세탁할 때 사용하는 섬유유연제 냄새, 면도할 때의 쉐이빙크림 냄새, 방안에 비치해 놓은 방향제 냄새, 그리고 그 냄새들로 만족하지 않고 집요하게 후각을 긴장시키면 그제서야 가장 밑에 깔린 오래된 바의 나무 냄새를 연상시키는 살냄새를 희미하게 맡을 수 있었다. 버나비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 따뜻하고 달큰한 살냄새를 찾아내는 순간을 좋아했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가장 아래에 깔린 이 옅은 냄새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인양 주인이 모든 긴장을 풀고 마음을 열고 있을 때에만 맡을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잘익은 단호박냄새 같기도하고, 늙은호박의 냄새같기도 했다. 고소하고 따뜻하며, 단내를 품은 이 희미한 살냄새는 마치 포도주에 잘 절여진 어린양의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연상시켰고, 함께 술을 마시면 알콜냄새에 살냄새가 엉켜 바나비의 침샘을 자극해 마치 그 냄새가 잘 익은 포도나무의 열매 그 자체의 향 인양 입안에 침이 돌아 몇번이고 입맛을 다시게 만들어 취향에도 맞지 않는 맥주를 마시면서도 양질의 식도락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이가 간지럽다. 이 우묵한 살에 이를 세워 씹으면 입안 가득 탄력있는 살덩이로 가득차 행복해 질 것 같다. 그러나 깨물어 버리면 아픈 소리를 내며 아파할테니 조금만 씹어야 할테다. 얼마나 맛볼 수 있을까. 10초? 3초? 몸을 쓰는 일을 하는지라 고통에 제법 면역이 되어있는 두 사람이지만 그는 아픈걸 싫어하니까 곧 싫다며 칭얼거릴 것이다. 그 때에 혀를 내밀어 이자국을 낸 피부를 핥아올리면, 그리고 어린아이인척 사과하면.. 그는 곧 용서해 주겠지.
그 상상만으로도 버나비는 포만감에 저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지난 밤 그를 따라 글라스에 얼음을 통째로 넣은 이름도 모르는 술을 함께 바에서 마시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오피스텔로 기어 들어왔던 기억이 떠오르자 살냄새가 더욱 생생히 다가왔다. 버나비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으로 인한 것이란걸 알면서도 입맛을 다시며 이번엔 콧등이 아니라 입술을 우묵한 살덩이 위에 부볐다. 정말로 이 살점을 깨물어 씹고 싶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방비하게 등을 내보인 몸뚱이가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어깨가 움츠려든다.
"좀 더 자자 바니.."
옹알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엉켜 버나비는 저도 모르게 크고 길게 숨을 내 쉬었다. 입에 침이 고인다. 달큰한 냄새가 한결 강하게 풍겨와 저보다 따뜻한 체온의 몸뚱이를 힘주어 끌어 안았다. 지금은.. 그래. 조금 더 자는 게 좋겠다.
"..잘자요, 코테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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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우유님 리퀘인 바니가 아저씨 체취 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