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배정받은 방 안에서 아가나빌을 거울을 들여다봤다.
어린 시절부터 늘 하고 있던 낡은 초커를 풀어 가방 안에 잘 챙겨 넣었다. 그리고 대신 유르세프가 새로 준 초커를 목에 채운다. 예전의 것도 그렇지만 새것이라 빳빳한 붉은색 초커는 마치 짐승에게 채우는 것처럼 생겼지만, 안쪽에 부드러운 천이 덧대어져 있어 이런 용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구속구임을 알게 했다.
낡고 헤진 초커대신 새로운 초커를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터라 어색하게 만지작거려본다. 예전의 초커보다 사이즈가 커서 숨 쉬는 것이 편안하고 허전했다. 팬던트나 방울 대신에 조금 큰 원형 링 하나가 달려 있다. 배급받은 시종 옷 위로 내려오는 링을 손으로 만져본다. 새로운 초커는 시종 옷을 입은 자신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래서 더 어색했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거울속의 단정한 옷매무새를 한 -곱게자란 듯 보이는- 소년이 자신을 보고 우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 * *
유르세프는 아가나빌이 규칙만 잘 지키면 크게 벌 하는 일은 없었다. 몸가짐이 흐트러지면 주먹이나 발길질이 날아오고 매번 저녁이면 불려가 가지고 놀아지기는 하지만, 제법 규칙적인 생활을 시키고 길들였다. 그는 새로운 장난감을 함부로 망가트리지 않고 자신에게 맞게 길들이며 복종시키는 것을 즐겼다. 덕분에 아가나빌의 몸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음란한 일에 점점 길들여지고 있었다. 가랑비에 젖는 것처럼, 꽃물이 드는 것처럼.
새로 받은 초커를 하고 유르세프의 방에 불려간 아가나빌은 옷을 차려입고 있는 유르세프를 볼 수 있었다. 옷시중을 들고 있는 시녀 옆으로 얼른 다가와 시중을 돕는다. 대부분 오후 일정은 집무실에서 보내는 곤 했지만 오늘은 아닌 듯 하다.
“외출 입니까?”
“다른 대사관에서 파티가 있다.”
유르세프가 옷 입는 것을 돕는 시녀가 아가나빌에게 유르세프의 외투를 건넸다. 유르세프의 뿔 색과 비슷한 짙은 검은색의 외투였다. 아가나빌은 건네받은 외투를 키가 큰 편인 유르세프가 걸치기 편하게 높이 들었다. 외투에 팔을 끼워 넣느라 잠시 말을 끊었던 유르세프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녀석도 이제야 쓸만한 자세를 가지게 되었으니 새로운 걸 가르쳐야지. 보고 깜짝 놀라게 될거다.”
“...... .”
낮고 음험하게 웃는 유르세프의 음성에 아가나빌은 말없이 수치심에 귀를 붉히며 얼굴을 숨겼다. 유르세프의 눈이 위아래로 아가나빌의 몸을 훑으며 번들거린다. 그가 말하는 ‘쓸만한 자세’ 는 플러그를 넣고 있는 일에 익숙해져 시중을 드는 동안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일을 말하는 것이다. 그가 아가나빌을 찬찬히 훑는 와중에도 시선이 엉덩이 쪽에서 유난히 빛나 보이는 것 도 그 탓이리라.
외투까지 잘 차려입은 유르세프는 몸을 돌려 아가나빌을 정면에 마주섰다. 공손하게 고개를 살짝 조아린 아가나빌에게 유르세프가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전에 어디, 내가 네게 준 장난감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구경해 볼까?
아가나빌은 은근하게 속삭하는 유르세프의 목소리에 흠칫 몸을 떨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옷을 벗었다.
* * *
유르세프의 걸음이 성큼성큼 내딛어 질 때마다 아가나빌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그 뒤를 따랐다. 마차에서 내린 후 일부러 더 빠르고 경쾌하게 걷는 유르세프는 간간히 아가나빌의 상태를 돌아보곤 했는데 마치 자신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자꾸 들여다보는 어린아이 같은 면모마저 보여 속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파티장으로 가기위한 복도에서 보이는 어두워진 하늘에선 유난히 별이 빛난다. 그 빛이 자신을 보고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는다. 건물 그림자를 밟으며 안내 하나 없는 복도를 익숙하게 걸어 나가던 유르세프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하늘을 보면 속이 착찹해져 그의 등을 보고 걸으며 길을 어림하던 아가나빌도 그의 뒤에 걸음을 멈춰 섰다.
“여기서부터는 네가 두발 로 걷는 것은 내 허락을 받고 나서다. 꿇어.”
“......!”
서있는 것도 사실은 힘들다. 조금 익숙해 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견디는 것에 익숙해 진 것이지 이 이물감 자체에 익숙해 진 것은 아니었다. 동요하는 아가나빌의 얼굴을 보며 유르세프가 삐딱하게 웃었다. 여차 하면 다시 발길질이 날아 올 것 같아 아가나빌은 천천히 몸을 숙여 무릎을 꿇고 손을 바닥에 지탱했다. 몸 안에 존재하는 이물이 비벼지며 자극되어 흠칫 몸을 긴장시킨다.
눈치를 살피는 듯한 표정으로 유르세프를 올려다보자 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긴 끈을 꺼내 아가나빌의 초커에 달린 링에 걸었다. 초커와 이 끈은 한 쌍인마냥 잘 어울렸다. 확인 할 길은 없지만 유르세프가 아가나빌에게 새 초커를 준 것은 오늘의 외출과 관련이 있던 듯하다.
“잘 어울리는군.”
“감..사합니다.”
초커가 잘 어울리는 것은 자신도 거울을 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지배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초커가 어울려서 아가나빌 자신도 놀라지 않았던가. 예전에도 초커를 하고 있었으나 전혀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곳에 오면서 좀 더 단정한 이미지로 모습을 가다듬었기 때문인지 이제 막 더렵혀지기 시작한 소년 같은 -지배욕을 끓어 올리는- 모습은 가련하기 그지없다.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힘없이 내뱉는데 유르세프가 걸음을 멈췄던 복도의 벽을 손으로 밀었다. 그러자 벽이 부드럽게 밀리면서 새로운 복도를 드러냈다. 오미터쯤 될 것 같은 짧은 복도 양쪽에는 짙은 색의 무거워 보이는 커튼이 쳐져 있었고 천장에는 불이 켜져 있다. 아무것도 없는 복도 같았으나 유르세프가 어느 곳의 커튼을 들추자 빛이 새어 나오는 문이 드러났다.
‘...커튼 뒤에 문이 숨겨져 있는 구조인가.’
몸의 욱씬거리는 감각을 참으며 그를 쫓았다. 문이 열리고, 어두운 곳에 익숙해진 눈이 쏟아져 오는 빛에 고통을 호소한다. 몇 번 눈을 깜박거리며 머뭇거리는데 목에 걸린 초커가 강하게 잡아당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가나빌은 어쩔 수 없이 시야가 가물거리는 곳으로 기어 그의 뒤를 쫓았다.
* * *
귀족이나 지배층들의 파티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대충 이러이러 할거다, 라고 상상했던 것은 있었다. 그런 아가나빌의 상상은 반은 맞고 반은 달랐다. 옷을 차려입고 파티장에서 웃고 있는 지배층은 고상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하지만, 그 곳에 같이 있는 피 지배층인 인간들은 그들의 여흥을 위해 여기저기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이런, 조금 늦게 도착한 모양이군.”
아가나빌은 다른 이들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만 미간을 찌푸렸다.
특별히 그가 왔음을 알리는 자도, 그가 인사를 건네는 자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유르세프는 파티장 안에 스며들었다. 마치 아가나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그는 여기저기에서 농락당하는 인간들을 찾아다녔다.
첫 날 아가나빌이 그랬던 것처럼 천장이 낮은 곳에 손목이 묶여 매달려 있는 자, 입에 구속구가 물린 채 발가벗겨진 자, 결박당한 채 걷어차이고 있는 자 등 모두 인간이고 시종으로 보이는 자들이었으나 그들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많은 지배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시종을 거느리기도 했으니까.
유르세프는 아가나빌의 등 위에 앉아 난교를 구경하기도 했고, 채찍을 직접 휘두르기도 했으며 장난감으로 괴롭히기도 했다. 시종이 아닌 급사들이 와인을 담은 잔을 쟁반위에 올려 돌아다니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채찍이나 바이브 등의 장난감-그들의 입장에서-을 쟁반위에 올려 돌아다녔기에 그들은 소재의 한계를 느낄 일이 없었다.
아가나빌은 유르세프의 의자가 됬을 지언정 직접 그 행위에 참여하진 않았다. 처음엔 그들 사이에 끼어들으라고 할 것 같아 긴장 하고있었으나 전혀 그럴 기색을 보이지 않는 유르세프에 한시름 긴장을 풀었다. 덕분에 조금 여유가 생겨 파티장의 구조를 구석구석 눈으로 살필 수 있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파티장은 2층의 구조로 되어있었다. 대부분 넓은 일층의 홀에서 분포해 있지만 간혹 이층으로 올라가는 이들도 보였다. 아가나빌이 있는 자리에서는 이층이라고 해봤자 계단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게다가 그는 엎드려 있는 상황이었다. - 이층으로 올라가는 이들의 분위기를 보건데 이층에는 휴게실이 있거나 따로 방이 마련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층에는 유르세프와 아가나빌이 들어온 입구 말고도 2개의 문이 더 있었다. 한쪽 벽이 거진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그곳이 전부 문 인줄 알았으나 그쪽 벽은 테라스로 나가는 곳이었다. 간단한 음식들이 마련된 테이블이 있는 쪽이어서 잠시 쉬거나 혹은 다른 용도로 쓰일 법한 곳이었지만 나가보지 못했으니 정확히 어떻게 생긴 곳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무슨 딴 생각을 하는 거냐.”
“........”
“네놈의 구멍도 발씬거려 괴롭혀줄 남자라도 찾는 건가?”
“...아닙니다.”
일부러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에 아가나빌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끔 유르세프가 저렇게 확신 하는 어조로 아가나빌을 조롱하면 순간순간 자신도 착각이 든다. 자신은 사실 원래 음란해서 정말 그러고 있던 걸까. 대답은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세뇌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어서 은근하게 자신이 음란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도록 조롱하며 세뇌시키는 유르세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 휘말려 버릴지도 모른다.
유르세프는 목줄을 잡아당겨 아가나빌에게 고개를 들게 했다.
“재미있는 볼거리가 진행될 것이니 너도 잘 봐둬. 여기에 있는 이들의 모습이 미래의 네 모습이 아니라고는 장담 하지 못 할테니 말이야.”
유르세프의 말에 순순히 그가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남자가 두 팔을 만세 모양으로 올린 채 발가벗겨져 묶여 있고 옷을 제대로 갖춰입은-유르세프와 같은 멜로트로 보이는-남자가 손에 끈적한 액체를 적시며 웃고 있었다.
“제, 제발....제발, 그, 그만......안..ㄷ..”
“시끄러워. 천박하게 애원하는 꼴이란, 정말 보기 흉하구나.”
묶인 남자가 고개를 세게 가로 저으며 애원을 하지만 자신의 손에서 손목에 이르기까지 흠뻑 윤활류를 적신 멜로트 남자는 지켜보는 이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즐기며 묶인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가나빌은 그들이 무엇을 하려 하기에 남자가 저렇게 하얗게 질려 애원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곧, 자신도 핏기가 가셔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으-아아악!! 아악!!!”
묶여 있는 남자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아가나빌의 청각을 자극했다. 자신의 시종이 분명한 남자의 다리를 거칠게 벌리고 손가락 끝에서 마디를 지나 점점 한없이 쑤셔 밀어 넣는 멜로트 남자의 행위가 현실 같지 않아 눈을 깜빡여 봤지만 눈을 깜빡일 때마다 변한 것이라고는 묶여 있는 남자의 다리사이로 점점 제 모습을 감추는 건장한 남자의 팔뚝 이었다.
“아아아악---!!”
남자의 비명 사이로 아가나빌과 유르세프가 섞여있는 인파속에서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손을 넘어서 팔뚝의 중간까지 들어간 멜로트의 팔을 타고 묶여 있는 남자의 피가 흘러내려 팔꿈치에서 뚝, 뚝 떨어진다. 그 끔찍한 장면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순간 아가나빌의 엉덩이 안에 들어있던 장난감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
“왜, 네놈도 저려오느냐?”
휘청, 팔에 힘이 풀릴 뻔 한 것을 다시 제대로 짚으며 몸을 지탱해낸다. 저런 행위는 본적이 없다. 살을 베고, 도려내고, 많은 생명을 죽여봤지만, 그보다 더 잔혹하고 두려운 장면이었다. 자꾸만 팔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다. 유르세프는 자신이 장난감에 전원을 넣었으면서 뻔뻔스레 아가나빌을 내려다봤다. 그의 구두가 떨리는 아가나빌의 손을 짓밟는다.
“...아.ㅎ....유르....세프..님..”
유르세프는 아가나빌이 이렇게 마지막 동앗줄인 마냥 매달리는 얼굴을 좋아했다. 그래서 아가나빌은 가련하게 애원했다. 주인의 주먹을 몸속 깊은 곳에 받아 들여야 했던 남자가 울면서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도 가련했지만, 아가나빌은 그보다 더 가련한 척 유르세프를 올려다봤다.
두려움. 유르세프의 취향 상 저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가나빌은 목이 탔다. 채찍으로 얻어맞는 행위는 고통스럽지만 두렵지 않다. 그것은 자신이 인내 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말 즐겁게 시종을 유린하는 남자의 행위를 아가나빌은 자신이 인내 해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도 더 전에, 인간을 생명으로서 취급하지 않고 그저 장난감으로 대하는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 두려운 기색을 숨기지 않은 아가나빌의 시선에 유르세프는 갑자기 마음이 동한 것인지, 한참 계속 지속되는 ‘볼거리’에서 벗어나 아가나빌의 목줄을 이끌었다. 몸안에서 진동하는 장난감에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따라 갈 수 없었지만 유르세프는 아가나빌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한쪽 벽에 자리를 잡았다.
“꿇어라.”
이미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지만 며칠 간 유르세프의 패턴을 인지한 아가나빌은 그의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자크를 내렸다. 밑에서 진동하고 있는 장난감 덕분에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발기한 그의 남성을 조심스레 손안에 쥐고 다시 한번 유르세프를 올려다 봤다. 그가 열기 어린 붉은 눈으로 아가나빌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입을 벌려 그의 귀두를 입안에 머금는다. 시큼하고 오줌냄새가 난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 * *
한참을 그의 것을 물고 핥아 올리는데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은발에 푸른 눈동자.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그가 유브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유르세프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아가나빌의 머리채를 잡고 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곧 절정에 다다를 것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그것을 아가나빌은 볼을 좁히며 자극했다. 사실은 아가나빌도 뒤에서 자극해오는 장난감이 자세를 바꾸면서 더 깊이 밀려 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우악스럽게 머리카락을 잡고 머리를 상하운동 시키는 유르세프의 손에서 벗어 날 수가 없었다.
귀가 먹먹해서 남자와 유르세프가 작은 목소리로 하는 말이 머릿속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숨을 쉬고 싶다는 간절함과 몸안을 진탕시키는 쾌감, 그리고 수치심이 섞여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것은 힘겨웠다. 아가나빌이 더 이상은 정말 못 견딜 것 같은 고통에 발버둥 치려는 찰나 유르세프의 손이 강한 힘으로 자신의 다리사이에 아가나빌의 얼굴을 처박았다. 그리고 입안에 터져 나오는 비릿한 정액.
“하아...하악...”
“후우.....”
정액을 모두 입안에 토정하고 나서야 유르세프는 아가나빌의 머리카락을 놓아주었다. 기침을 하고 싶지만 그의 정액을 흘리거나 토해냈다간 다시 폭력과 더한 짓이 가해지기에 아가나빌은 그의 정액을 입안에 머금은 체 거칠게 숨만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유브넬 남자가 웃는 목소리로 유르세프에게 말을 건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요. 제법 쓸만합니까?”
“길들이는 중이지요. 아시다 시피 전 처음부터 하나씩 가르쳐 가는 기쁨을 즐겨서.”
남자가 유쾌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아가나빌에 대한 경멸이 배여있다. 유르세프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어깨를 한번 으쓱여 보이고는 바지를 추스린다. 물건처럼 품평을 받는 것은 유르세프에게 자주 당하는 일이라 아가나빌은 아무렇지 않은 척 흐트러진 자신의 자세를 바로 했다. 하다못해 장난감의 진동이라도 멈춰주었으면 좋겠는데, 유르세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유브넬 남자는 유르세프에게 잠시 나가서 대화를 할 것을 권했다. 유르세프가 자리 잡은 벽은 커튼이 드문드문 쳐진, 발코니가 있는 쪽이었기에 남자가 말하는 ‘밖’ 은 발코니를 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르세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가나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장난감의 진동이 더욱 강해진다.
“기다리고 있거라. 다녀와서 귀여워해주마.”
“후읏...읏...하........네에..”
간신히 대답을 하는 아가나빌을 뒤로하고 유르세프와 남자가 커튼 뒤로 숨어들었다.
* * *
시간은 왜 그리도 느리게 흐르는지. 아가나빌은 벽에 기대 뜨겁고 강렬해 견디기 힘든 진동을 견뎌내고 있었다. 사정하고 싶다. 하지만 유르세프가 파티에 오기 전에 사정을 하지 못하도록 작은 못 같은 물건으로 요도를 막아버렸기 때문에 사정 할 수 없었다. 커튼을 묶는 끈이 고정된 고리에 목줄이 매어져 어디에 갈 수도 없었고, 함부로 자신이 구속구나 장난감을 빼 내었다간 후일이 걱정되어 할 수 없었다.
“흣...후...으읏..”
그나마 차가운 벽에 볼을 부비며 어떻게든 고통과도 같은 쾌락을 견뎌내는 수 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아직도 입안에 머금고 있는 유르세프의 정액이 텁텁하게 혀를 감싼다. 그리고 자꾸 코에서 그의 정액 냄새가 감돈다.
그때, 커튼이 슬쩍 들쳐지며 유르세프와 발코니로 나갔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나빌은 곧 따라 나올 유르세프를 기대하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그런 아가나빌을 보며 피식 비웃었을 뿐 자신과 상관 없다는 듯 몸을 돌려 파티장 안으로 걸어가 버렸다.
‘왜...?’
이야기가 끝났으면 바로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아가나빌은 그 로도 몇분 더 유르세프를 기다렸지만 유르세프는 나올 기미가 없다. 파티장의 누구도 혼자 발버둥 치는 아가나빌에게 관심이 없었다. 조금 외진 자리기도 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여흥을 즐기느라 신경 쓸 여력이 안됐다. 차라리 그들 중 아무나라도 와서 이 고통을 해방시켜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미치는데 순간 눈 앞에 비명을 지르던 묶여있던 남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 고개를 강하게 가로 저었다.
그러면서 몸을 지탱 할 힘이 점점 빠져나가 휘청, 몸이 쓰러진다. 얼결에 몸을 지탱하고자 붙잡은 커튼이 팔락이는데 순간 푸드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르세프가 있는 발코니 안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순간 정신이 차갑게 식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의 문장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는다. 그의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옆에서 동향을 살필 것. 유르세프는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아가나빌이 시종으로 들어오면서 그는 아가나빌을 길들이는 데 시간일 제법 할해 했고, 그러는 동안 아가나빌은 유르세프를 계속 주시해 왔다.
아가나빌은 힘이 빠져 바들거리는 몸을 다시 조금 일으켜 우연인 듯 커튼 쪽으로 몸을 쓰러트렸다. 커튼을 붙잡은 손이 다시 한 번 커튼을 펄럭이면서 푸드덕 거리는 소리를 다시 전해줬다.
커튼에 방음이 걸려 있었던 듯 했다. 아가나빌은 살짝 벌어진 커튼과 발코니 문의 틈새로 유르세프의 모습을 찾았다. 그리고-
‘하얀...새?’
까마귀 정도의 크기의 하얀 새는 어두운 밤하늘에서 특히나 눈에 띄었다. 아까 들었던 푸드덕거리는 소리는 날개를 이따끔 펄럭이며 유르세프의 어깨에 자리한 새에게서 나는 소리인 듯 했다. 유르세프는 등이 아니라 옆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발코니의 입구 쪽에 놓여진 화분 덕에 아가나빌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작은 쪽지를 꺼내 읽고는 외투의 안쪽 주머니에 쪽지를 챙기는 모습까지 똑똑히 눈 안에 새긴 아가나빌은 빠르게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손으로 스친 척 조금 벌어진 커튼을 다시 가린다. 그리곤 몸을 벽에 기대고 다시 몸안에서 느껴지는 고통-그것이 쾌락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에 집중했다. 다른 이가 보기엔 몸을 가누지 못해 엎어져 있다가 다시 겨우 몸을 일으킨 정도로 보일 것이다.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고 있는 셈이었지만 사실 그게 거짓된 행동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가나빌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게다가 ‘명령’에 관련된 것임에야.
서늘한 벽에 다시금 볼을 부비는데 커튼이 팔락이며 유르세프가 걸어 나왔다. 그 사이로 푸드덕 거리며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 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유브넬 남자와 함께 발코니에 들어갔을 때와 다름없는 모습의 유르세프는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가나빌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네 음란한 꼴을 보아하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겠군.”
“...하아....후..으응읏.....”
몸이 달아 대답도 못하고 새어나오는 비음을 참으려는 행색을 보는 유르세프의 눈이 정염에 휩싸인다. 벽 고리에 묶어 두었던 목줄을 다시 자신의 손으로 잡아 챙긴 유르세프는 팽팽하게 끈을 잡아당겨 아가나빌을 끌어 당겼다. 아까 그 장면을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가나빌이 보기에 그는 파티장에서 볼 일은 다 마쳤다는 듯 후련하고 미련 없다는 태도였다. 그래서 더 어둠 속에서 날개를 펄럭이던 하얀 새의 잔영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아가나빌은 그가 이끄는 대로 힘겹게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였다.
“돌아가자. 그리고- 오늘은, 긴밤이 될거다.”
은근하지만 자신의 욕정을 숨기지 않는 목소리가 아가나빌의 허리를 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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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굽신굽신)
다음 부턴 중셉을 생활화 하겠습니다. (굽신굽신2)
다시 쓴건대도 이상하게 내용이 전혀 다르게 나왔네요... 아고....
뱀다리. 저러다 아가나빌 고자 되지 않을까 고민한 저였지만......그러진 않겠져...? /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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