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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7. 01:55 | Posted by 이기님

 에스파다 단원들은 오후 근무를 마치고 나면 개인적인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그렇게 되면 지그로아는 바로 기숙사로 돌아가 샤워를 하곤 했다. 그것은 지그로아 뿐 아니라 다른 에스파다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지그로아는 다른 곳에서 오후 근무를 마치고 오는 랄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랄프의 이름을 신나게 부르려던 지그로아는 그냥 조심히 랄프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랄프가 큰 보폭으로 먼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지그로아는 잠시 방 문 앞에 서서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오늘의 랄프는 왠지 조금 피곤해 보였다. 오후 근무가 피곤했던걸까, 생각하자니 근래에 랄프는 그냥 조금 피곤했던것 같기도 하다.


지그로아는 주머니에서 예전에 슬쩍 복사해 두었던 열쇠를 꺼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문 고리의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고, 조용히 돌린다. 철컥, 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곧, 방문이 열린다. 지그로아는 조심히 방문을 밀고 들어서다가 곧, 랄프가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샤워실을 바라보자 샤워실에서 특유의 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인형이 얼핏 비친다.


이왕이면 샤워를 하기전에 불러서 왜 피곤해 보이느냐고 묻고 싶었는데 행동력이 빠르긴 참 빠르다. 지그로아는 입술을 비죽이며 조용히 방 문을 닫고 나가려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방문을 닫고 방 안에 들어섰다. 방 문을 잠그는 것을 잊지 않고 열쇠는 옷 안에 다시 잘 챙겨넣은 지그로아는 얼핏 웃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 설레는것 같기도 하고, 장난치는 악동과도 비슷한 표정이다.


지그로아는 단복을 가볍게 벗어 한쪽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팔뚝까지 오는 장갑도, 나시 셔츠도, 차근히 벗어서 랄프의 침대위에 던져두었다. 긴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어, 날개뼈 부근에서 묶고 있는 머리끈까지 풀어서, 랄프의 책상 위에 얌전히 올려두었다. 그리고, 랄프가 들어가 있는 샤워실의 미닫이 문을 열어 젖혔다.

 

 

"안녕 워커."

 

 

샤워실에서 몸을 씻던 랄프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아이델노크?! 라고 외치는 소리를 무시하고 지그로아는 랄프가 있는 쏟아지는 물 속으로 들어선다. 맨 몸에 쏟아지는 지그로아가 흠칫 몸을 움츠릴정도로 뜨겁다.

 

 

"어떻게 들어온거야?"


"비-밀."

 

 

지그로아는 물에 젖어 축 늘어지는 긴 머리카락을 성가신듯 귀 뒤로 넘기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물을 슬쩍 피해 랄프의 등 뒤로 숨어 들며 랄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랄프의 잘 단련된 몸이, 천 하나 걸치지 않은 자신의 맨몸에 온전히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기분좋다. 랄프의 등에 볼을 부비자 뜨거운 물을 맞고 있어 뜨거워진 랄프의 피부가 부드럽다.

 

 

"...맙소사."


"나와 함께 샤워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

 

 

지그로아가 랄프를 끌어 안은채 작게 속살거리듯 물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라고 랄프가 지그로아를 타박한다. 몸을 단련하는 사람의 피부가 거칠다는 말은 편견이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느껴지는 체향이 달큰해서 취하는 기분이 된다. 지그로아는 슬쩍 웃으며 끌어안은 랄프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비누칠 아직 안했어? 라고 묻는데 문득 떨어지는 물의 온도가 조금 덜 뜨거워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의 온도에 익숙해 진것인지도 모른다. 랄프가 한 숨을 내쉬며 지그로아의 팔을 떼 네며 뒤로 돌았다. 마주본 자세가 되어 랄프가 지그로아를 안아주었다.

 

 

"도대체가 종잡을 수가 없군, 로아."

 

 

랄프가 이름을 불러주자 지그로아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알몸을 보이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이름을 불리는 것은 왠지 부끄럽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더 부끄러우니까 애써 웃음을 삼킨다. 괜히 모르는척, 턱을 세우고 랄프를 올려다 보았다.

 

 

"그래서 더 반했지?"

 

 

랄프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다가 이내 피식, 지그로아의 횡포를 받아들이는 웃음소리를 낸다. 지그로아는 팔을 뻗어서 한 쪽에 있는 해면과 샴푸를 손에 집었다. 그리고 해면에 샴푸를 부어 몽글몽글 거품을 낸다. 달큰한 체향에, 달큰한 샴푸의 향이 샤워실 안에 가득찬다. 달다.


거품을 듬북 낸 해면을 랄프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살며시 부벼 랄프의 몸을 씻겨간다. 가슴 부근을 지나 배 부근을 문지른다. 랄프가 지그로아의 손이 편하게 살짝 몸을 틀어주었다. 지그로아는 랄프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뒷꿈치를 들었다. 그리고 랄프의 턱끝에 살짝 입술을 댄다. 샤워기의 쏟아지는 물을 등지고 있던 랄프가 고개를 좀 더 숙여 지그로아의 코끝에 입술을 덧대었다. 물이 그친다. 그리고 수증기 속에서 잠시간의 키스를 시작했다.


지그로아는 좋은 학생이라고 하는게 옳을것이다. 지그로아 본인이 좋아하는 랄프의 키스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배워서 그대로 랄프에게 복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혀를 얽고, 입술을 살며시 깨물고, 호흡을 나눈다. 근래엔 코로 숨쉬는 요령을 터득해서 랄프가 지치고 힘이 빠질때까지 쫓아가고 쫓아붙어서 키스를 이어가는데, 그렇게 긴 키스를 마치고 나면 만족스러운 듯 몽롱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게 좋아서, 랄프는 가끔 못이기는 척 지그로아의 키스를 받아주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추궁하지 않을게, 대신."

 

 

 잠시 입술을 떼고 지그로아와 이마를 맞댄 랄프가 손을 올려 지그로아의 볼을 꼬집듯 잡아 흔들었다. 본의아니게 분위기가 깨진것 같아서 지그로아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랄프를 바라보며 하호야, 라고 투덜거렸다. 바보야,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랄프는 웃었다.

 

 

"이름으로 불러,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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