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님 리퀘. SS3
창문 밖에서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부유한 계층이 사는 골든스테이지에도 길고양이는 막을 수 없는지 한껏 콧소리 높힌 암코양이 울음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린다. 소리가 높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발정기가 막 찾아온 어린 암컷의 울음소리인듯 했다. 암컷의 울음소리는 예쁘다. 막바지가 되면 굉장히 낮고 허스키하게 울게 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암컷은 예쁘다. 보들보들하니 윤기가 도는 털이나 날렵한 몸이라던가, 가임기가 나면 어쩐지 고소한 젖내가 나는 것 마저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그렇게 목을 매는 거겠지.
코테츠는 꼬리를 흔들며 창 밖을 내다본다. 코테츠는 괜히 자신의 무릎 안쪽을 비볐다. 어쩐지 자기 가랑이 사이도 간지러운 느낌이다. 고양이 인간은 대체로 고양이와 비슷한 습성과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 시력을 가졌지만 가로등만 간신히 빛나고 있는 골든스테이지의 오피스텔 창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애써 무시하고 창 밖을 노려보는 코테츠의 시야에 아양떨듯 울어대는 암고양이의 모습은 꼬리 끝도 보이지 않았다. 늦은 밤에 시끄럽게 울어대다니 매너가 없는 고양이군!
예절교육 잘 받은 고양이라면 저렇게 울어댈리 없다고 투덜대면서 입을 비죽 내밀며 구시렁거려보지만 코테츠는 내심 저 암고양이가 부럽기도 했다. 저렇게 아양떨며 울어대면 어디선가 자신을 예뻐해 줄 대상이 나타난다는 거였으니까. 코테츠는 신경질적으로 꼬리를 파닥이다 늘어트렸다. 방이 어두웠지만 불을 켜고 싶지는 않았다. 불을 켤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으나 괜히 불을 켜서 스스로 이 넓은 집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밖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귀를 기울여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코테츠도 그 소리를 흉내내듯 작게 야옹, 하고 울어보았다. 그러나 혼자 있는 집에선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버나비는 오늘도 야근인 모양이다.
"코테츠, 어제도 저녁을 안먹은겁니까?"
고소한 냄새가 난다. 코테츠는 잠에 취해 이불에 볼을 부볐다. 어제 새벽까지 버나비를 기다리다 자서 매우 잠이 모자란 상태였다. 고양이는 하루에 18시간을 자는 동물인데 새벽에 분홍색 토끼인형만 잘근이다 까무룩 잠이 든 상태로는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안된것이다.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코테츠의 머리통위로 무언가 얹어져 쓱쓱 문질러진다. 코테츠는 귀를 파닥이며 제 옆에 다가온 것의 정체를 파악해본다. 고소한 냄새가 멀어지고 가까이에서 달큰하고 향긋한 바디워시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익숙한 살냄새도...
"일어나요, 아저씨. 밥먹고자요."
"...바니?"
혀차는 소리가 들이며 네, 나에요. 라며 잘생긴 목소리를 낸 무심한 주인이 다시 한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코테츠는 저도 모르게 머리통을 쓰다듬는 손에 제 머리통을 자시 부볐다. 언제온거야, 바니. 나 어제 너 기다리다가 잤단말야. 너랑 밥먹으려고 계속 기다렸단말이야. 옹알옹알 잠에 취해 입이 움직이지 않아 속으로 바니의 늦은 귀가를 탓하자 버나비는 저만한 몸뚱이의 고양이 인간을 제 품에 끌어당겨 안았다.
예민한 코가 버나비의 씻고나온 버나비의 맨 몸뚱이에 부벼지면서 살내음이 한껏 코테츠를 간지럽혔다. 목뒤가 간지러운것 같아 어깨를 움츠리며 익숙하게 버나비의 어깨에 팔을 둘러 매달렸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 왔는데 인사도 안해줄거에요? 빨리 잠깨고 같이 밥먹어요. 매달린 몸뚱이의 등짝을 도닥도닥해주는 손에 어제의 쓸쓸했던 기분은 금새 까먹고 목울대를 울리며 그릉 거리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대답했다.
야옹.
"응, 그래요 그래요.
야옹. 야옹.
어제 새벽에 들었던 암컷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생각났다. 수컷인 코테츠의 울음소리는 암컷처럼 간드러지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코테츠는 아랑곳않고 어리광을 부렸다. 낮고 두꺼운 소리의 웃음이 새어나와 괜히 귀여운척 울어볼까 싶었으나 어제 밤새 혼자 있던게 생각나 그만둔다. 커다란 제 몸을 끌어안고 자신보다 겨우 조금 큰 몸을 힘들게 일으켜 걷는게 느껴진다. 엉덩이를 토닥이는걸 느끼면서 코테츠는 한 번 더 울었다.
"볶음밥 뎁혀놨어요. 같이 먹어요."
야옹.
코테츠는 대답했다.
end